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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울타리

요즘들어 종종 느끼고 있었지만 화요일날 예술의전당에서의 LSO 공연을 보고나니 그 기분(?)이 확연해졌다. 

뭔가 보이지 않는 울타리.


최근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베를린필 BPO, 로열콘세르트허바우 RCO, 런던심포니 LSO,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 등등[각주:1])들이 줄줄이 내한공연을 갖고 있고, 마침 집이랑 학교가 예술의전당이랑 가까운 거리에 있어 맘만 먹으면(!) 가서 실황을 즐길 수 있을 듯 했다. 

다만 티켓 가격을 보니 단단히-_- 맘 먹지 않는 이상은 힘들어보였다.

BPO


VIP 45, R 40, S 32, A 21, B 11, C 5

RCO


VIP 40, R 33, S 23, A 14, B 7

LSO


R 35, S 25, A 18, B 12, C 7 

1층은 항상 제일 비싼 등급으로 매겨졌고(여기 앉을 거면 왜 굳이 1층에 앉지? 싶은 구석 좌석까지도), 그나마 베를린필때는 아예 팔지도 않았다(전부 초대권)(팔긴 팔았지만 워낙 베를린필인지라 사전 전화예매로 금방 다 팔렸다네요.) 가장 저렴한 B,C등급의 티켓으로는 3층 중간-뒤 쪽만 앉을 수 있었다[각주:2].ㅠㅠ 

손을 덜덜 떨며 표를 겨우 예매해서 예당에 도착하면 뭔가 묘한 분위기가 있다. 

아무래도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를 초청하려면 돈이 많이 든단다. 정말 많이. 그래서 후원기업에서 얼마를 스폰해주고 일정부분의 좌석을 초대권으로 가져간단다. 이른바 자사 VIP 고갱님을 위해서.ㅎㅎ BPO때는 삼성전자, RCO때는 현대카드, LSO때는 하나금융쪽. 그리고 홀에 울타리를 친다. 여기서부턴 VIP고갱님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라며.. 

보통은 2층 중간쪽에만 하는 데 지난번 LSO때는 1층까지도 울타리를 쳐 놨더랬다[각주:3]
(사실 요 글을 포스팅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얼마나 대단한 분들을 모셨다고 그러는 건지 참...


생각이 많아졌다.

초대권 받아서 온 저 VIP들이 평소 이쪽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 줬을지[각주:4]. 어차피 곤히 잘거면 굳이 좋은 자리 앉을 필요 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후원기업에 돈을 벌어다 주고, 그 후원기업이 오케스트라 초청에 스폰을 해줬으니 내가 그나마 7만원만(!!) 지불하고 (오른쪽 세컨바이올린,비올라 파트는 보이지도 않는) 3층 구석에 앉아서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씁쓸해잉..

그냥 취미고 뭐고 돈 많이 버는 게 장땡인가?ㅎㅎ


ps.
아, 공연이 끝나고 나면 소위 검은색 고급 승용차 여러 대가 예당 1층 출입구에 시동을 걸고 대기중이다가 '그분'들을 태워간다.
원래는 버스 정류장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질도 종종 해버릇 해야겠다. 이거 글이 영 안써지네.ㅋㅋㅋ


  1. 뭐.. 시드니심포니랑 모스크바필도 추가? [본문으로]
  2. 3층 맨앞은 A,B석. 그래서 베를린필때는 무려 21만! [본문으로]
  3. BPO때도 그랬던 거 같긴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 [본문으로]
  4. 아니 오히려 기회가 많아서 나보다 훨 나을지도 모르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