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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유럽여행 때 함께 했던 것들, 하지만...


얼마 전 6년을 나와함께 했던 시계가 고장이 났을때
그냥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라; 유럽여행 때 함께 했던 것들이 없어져간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

1. 손목시계



고3 내 생일때 엄마가 선물로 사주셔서 지금까지 계속 차고 다녔던 시계.

하지만 그동안의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배터리교체뿐만 아니라 수리[각주:1]까지 반복했고, 결국 completely 방수가 되던 시계가 이젠 물에 조금 닿기만 해도 안에 뿌옇게 습기가 차서 1주일은 가곤 상태가 됐었다. 그러다 보니 지난번 배터리 교체때 시계방(?) 아저씨가 이런 말까지 했다.

'뭐.. 이번에 갈아달라고 하시니 갈아드리긴 하는데요, 웬만하면 그냥 새로 하나 사세요. 안에 부품이 다 상했어요.-_-'

-_-.
그랬던 게 지난주엔가 배터리 수명이 다했다. (고장일 것 같기도 하다-_-)
물론 하나 새로 살 때가 되긴 했지만, 막상 버리려니(?) 좀 아쉬운 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ㅠ
(그냥 배터리 갈아서 또 쓸까봐..ㅋㅋㅋ)


2. 디카, SONY DSC-T9



감히 똑딱이 디카의 최고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니 똑딱이. 그 중에서도 내가 썼던건 T9.

작고 가벼운데다 배터리도 오래가고 조작도 간편하고 나름 야간촬영모드에 초점거리조절이랑 손떨림보정기능도 있어서
여행다닐때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찍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었다.

다만, 단점이 있었다면 유럽여행때 장착됐던 메모리가 256M.-_-
거의 날마다 외장하드로 사진을 옮겨야 했다. 그러다 외장하드로 옮기지 못한 날이면, 여행 중간중간마다 용량확보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별로 안 중요할 것 같은 사진은 지우곤 했다.ㅠ

작년에 한번 액정이 작살나서 큰돈들여 교체도 했었건만, 결국 택시타고 집에오는 길에 두고 내려 분실.
으헝헝헝헝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대폰마냥 연락처가 남겨져 있는 것도 아닌지라[각주:2]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떠나보냈다.ㅠ


3. MP3, COWON F2
(이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_ㅜ)


내 돈으로 처음 큰맘먹고 샀던 MP3. 휴대폰 아니다.-_-

'그거 휴대폰 아니야-_-?;;'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참 애착이 많이 갔던 MP3다. 옛날 애니콜 듀얼폴더 만한 사이즈;ㅎ
정말 이게 없었더라면 얼마나 심심하고 외로웠을까?

유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안에서..
빈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프라하에서 작별할 때..
처음 혼자로 기차를 탔던 체코-오스트리아 국경에서..
비가 전혀 오지 않았던 런던의 어느 공원 벤치에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점심 먹을때.. (뉴욕 헤럴드 트리뷴!ㅋㅋㅋㅋ)
몽마르뜨 언덕에서 밀린 여행기를 적을 때..
인터라켄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긴 기차 안에서..
피렌체 두오모의 계단을 오르면서..
로마 콜로세움 위에 섰을때..
그리고 여러 박물관에서의 가이드 역할까지..

아. 정말 상상조차 안된다. 내게 너무나 소중했던-_- 동반자(?)였다.

그런데 그만, 지난 4월 대전에서 열린 고분자학회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겉옷 주머니에 넣어두고 겉옷은 들고 다녔는데 그 사이에 밖으로 빠졌나보다. 그리고 이것을 알았을 땐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밤 12시에 서울역에 도착한 뒤였으니까.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찾는다는 보장도 없었다.ㅠ 집에 돌아와서 모든 짐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역시 없었다.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놈도 이렇다할 작별인사 없이 보냈다.ㅠㅠ


4. HI-TEC-C 0.3mm 블루블랙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필기구 하이텍씨. 그중에서도 0.3mm. 또 그중에서도 색깔은 블루블랙. (이러니까 꼭 덕후같다-_=)

여행하면서 일기를 쓰려고 가져갔었다. 하지만 스위스 인터라켄 유스호스텔 리셉션에서 체크인하면서 썼다가 방으로 짐을 옮기는 사이에 분실했다. 리셉션에서 방까지 10여 미터의 거리를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아마 리셉션에서 먹은-_- 것으로 추정된다.
내 유일한 여행중 잃어버린 물건.

그 뒤로 굵기가 얇으면서 쓸만한 필기구를 다시 장만(STAEDTLER triplus)하기까지 무려 10일이나 걸렸다. 유럽엔 정말 의외로 필기구 구하기가 힘들었다.ㅠ


5. 핸드폰, SKY IM-7400



내 돈으로 처음 샀던 핸드폰. 만 3년가량 썼다.

2G폰이라 미국,캐나다,홍콩은 자동로밍이 됐지만 유럽은 로밍이 안되서 늘 전원을 꺼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 풍경은 내 핸드폰으로도 남겨놔야 할 것 같은데..?ㅋ'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곳[각주:3]이면 이따금 전원을 켜서 휴대폰카메라로 사진을 찍곤 했다.

뭐 액정 밝기가 좀 어둡고 (동일모델 다른 기기보다도-_-) 특히 배터리가 방전될 쯤이면 밝기가 요동을 치기도 했지만 큰 고장없이 잘 썼었다. (액정의 백화[각주:4]라던가 자동재부팅 같은 건 스카이 슬라이드 모델에선 고장으로 안친다.ㅋㅋㅋ)
그렇긴 했지만 왠지 나중에 가면 2G폰이 아예 단종될 것 같아서 이것만큼은 자의로 올해 2월말에 S300으로 기변했다.

아. 키패드가 컴투스류 게임하기에 좋아서, 액션퍼즐패밀리 막내의하나둘셋 만점(=1,999,998점) 전국2등, 며칠이나마 영어뇌습격2 전국6위 같은 것들을 달성(?)하게 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2번의 하드리셋으로 상당수가 날아가긴 했지만, 아직도 50개 가량의 다운받은 게임들이 남아있다.ㅎㅎ

...

아무리 시간이 지나면 다 변하는 거고, 만나면 헤어지는 거라지만
많은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고장나거나, 잃어버렸거나, 구석에 쳐박있게 되니까
기분이 좀 이상하고 꿀꿀한건 사실이다.

쩝;; ㅎㅎㅎ;
  1. 분침교체, 시계줄 고정시키는 부분 교체, 시간조정하는 다이얼(?)교체 등등 [본문으로]
  2. 그렇다고 잃어버린 휴대폰이 잘 돌아오는 건 절!대! 아니다.-_- [본문으로]
  3. 특히 피렌체. [본문으로]
  4. 액정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새하얀 화면만 나오는 현상. 보드와 액정을 이어주는 케이블이 끊어지면 발생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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