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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뭐했더라

혼자서 찾아간 시골 할아버지댁



9월 24일 새벽1시.
나는 내려가지 않기로 했었다.
금욜날 있을 대학원 세미나 준비땜에 이래저래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만
왠지 좀 찜찜한 기분이 계속 드는 거다.
내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다 문득 코레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열차표를 검색해 봤지만 역시나 매진.
에이. 안되나 보다.
그냥 돌아서려다 근성을 가지고 몇번 더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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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의 새로고침

그런데!!
거짓말처럼 표가 생겼다.
그것도 9시표 11시표 13시표 이렇게 2시간 간격으로 일제히.
누군가가 왕창 사재기로 예매를 해뒀다가 결제를 안해서 풀린 것 같다. (아마도...)
재빠른 스피드로 13시표를 샀다.
청량리->영주 13:00~

자.. 할아버지 댁이 있는 곳은 봉화.
영주에서 봉화는 어떻게 가야하나..

버스를 타볼까 하고 버스터미널 위치를 찾아보기 위해 알맵을 켰다.
멀다.
대충 직선거리만 해도 2km가까이 된다.
으음... 이번엔 기차시간표를 찾아봤다.
그런데 영주->봉화 기차가 13시 40분에 있는게 아닌가.
다시 기차표 조회로 들어가 9시 기차의 시각표를 보니 영주에 12시반 도착이었다.

ㅇㅋㅇㅋ
9시 기차를 타고 영주에 내려서 점심을 먹고 13시 40분 기차타고 봉화역까지 오면 될 것 같다.
얼른 13시표 예약을 취소하고 9시표로 다시 예약 하고 영주-봉화구간도 예약했다.

이제 문제가 있다면 9시 기차를 타러 갈 수 있느냐는 것.
뭐 답은 간단했다.

밤새기
...
.



날이 새기를 기다려 13번 마을버스를 타고 노량진역으로 가서 1호선을 타고 청량리역까지 갔다.
아침은 역 앞에 있던 패스트푸드 3개중에 골라먹으리라 맘을 먹고.

근데 도착해서야 알았다.
아.. 공사중이지.ㅠㅠ
지난번에도 그랬던 거 같은데 또 당했다. 저 공사는 언제쯤 끝날런지...

주위에 식당을 찾아 두리번 두리번 거려봤지만 딱히 연 식당이 없다.
큰 길가로 나가 보지만 마찬가지다. 게다가 추석연휴라 더더욱 그런 듯 싶다.
롯데백화점 주위를 돌아볼까 하다가 (이거는 기억남;;)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그만 뒀다.

아이.. 뭐먹지.
편의점에 들어가 봤지만 딱히 땡기는 건 없어서 그냥 음료수나 한병 사들고 나왔다.

그때 생각 난게 도시락!
기차에서 도시락이라!!! 항가항가!!!

어라... 기차를 탔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아.. 명절이지.ㅠㅠ
명절이라 그런지 도시락을 안판다.ㅠ
보통 기차 출발하기전에 도시락 아저씨 돌아다니면서 막 팔고 그랬는데;;

배고파...
이따가 그 카트같은 거 끌고 다니면서 파는 아저씨 오시면 계란 같은 거라도 사먹어야 겠다..
....
하지만 식욕보다는 수면욕이 더 강했나보다.
아저씨가 지나가는지 마는지도 모르는 채 잠들었다.
zzZ..


드디어 영주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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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역 앞

여긴 몇번 온 기억이 난다. 역 앞에 중국집에서 자장면 먹었던 기억도 나고.
예전의 중국집은 안보인다. 없어진건가...
대신에 눈앞에 분식집이 들어왔다. 사람들 바글바글 한거 보니까 괜찮은 듯 싶다.
돈까스로 배를 좀 채우고 액션퍼즐패밀리;하면서 기차시간까지 시간을 때웠다.

영주역에서 봉화역까지는 13분 정도 걸렸다.
창밖으로 지나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꼭 지난 4월에 혼자 유럽 여행 갔을때의 그런 기분이 들었다.
뭔가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외로운 느낌.

봉화역에 내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한 코스였다. 하지만 버스는 알 수가 없었다.
워낙 시골이다 보니 인터넷에 버스 시각표도 안 올라와 있고 말이지.
더군다나 예전에 할머니 손 붙잡고 장에 가고 그럴때 버스를 타고 내렸던 시골 집 마을 입구에 있는 정류장 이름을 모른다.
어쩐담...

그러다 눈에 들어온게 봉화군 관광안내지도 였다.
거기에서 한눈에 알아본 이름. 갈방.
저기구나!

표파는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2시 20분에 버스가 있단다. 지금 시간은 2시가 살짝 넘은 상태.
적절하게 탁탁탁 맞아떨어져 간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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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터미널 버스 타는 곳

버스 기사 아저씨께 갈방에서 내려달라고 부탁드리고 자리에 올랐다.
맨날 자동차로만 다녀서 얼마쯤 가서 내려야 할지 깜이 없기에;

얼마를 갔을까..
곧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어렸을적 기억도 살포시 떠오를 무렵 아저씨께서 다왔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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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길

오오 기억난다. 할머니 손 붙잡고 동생이랑 장에 갔다가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오던길. 그 길이다.
그런데 그 길이 이렇게 길었었나. 예전엔 몰랐었는데 멀게만 느껴진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조금만 더.

한참을 걸었더니 (알고 봤더니 2km는 족히 되는 길이었다;) 드디어 시골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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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아버지댁

잘 찾아왔구나!!
설레는 맘으로 달려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요약
집에서 출발 07:20

청량리역~영주역 / 기차 / \13,500
09:00 ~ 12:35
영주역~봉화역 / 기차 / \3,200
13:40 ~ 13:53
봉화터미널~갈방 / 버스 / \1,900
14:20 ~ 14:40

시골집 도착 15:10

비용 \18,600 + 교통카드
소요시간 약 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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