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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갔다왔삼/07 유럽

유럽여행기 - #13 의도하지 않았던(?) 기분좋은 데이트 (04/01)

이번 포스팅은 사진의 크기를 640x480에서 1024x768로 늘려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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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S양과 난 왔던 길을 거슬러 시내로 내려왔다.

나는 유명한 음악가들이 묻혀있다는 중앙묘지에 가고 싶었고,
S양은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이 가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기에도 시간은 좀 늦었다.
기분좋게 호이리게를 마시다 보니 그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었나 보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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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이 일단 둘이 ring 안쪽이나 걸으면서 구경하다가 저녁으로 rib을 먹기로 했다.
난 아직 시내쪽 구경한 적이 없는데, S양은 빈 처음 온날(난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려 오페라만 겨우 보았던 그날) 이미 얼추 했단다.
그냥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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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공연(?)


와아.. 길거리에서 신기한 공연한다+ㅁ+ 구경하자!! 와우!!   ← 유럽 온지 3일째
그런건 유럽 어딜 가도 볼 수 있어. 흔해.-_- 딴데 가자.   ← 유럽 온지 몇달째
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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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똑딱이 카메라에는 절대로 한 화면에 완전히 담기지 않던 어마어마한 슈테판 성당(Stephansdom).
(어... 갑자기 Stefan-Boltzmann law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볼츠만 하니까 Boltzmann distribution도... 아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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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성당 내부


근데... 이제와서 말하는 거지만.
이것저것 디카에 사진으로 담긴 했지만 좀 정신은 없었다.-_-;

머나먼 이국땅에 그것도 만난지 겨우 이틀 된 남녀 사이에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을까요.
그것도 일부러 둘만 다니려고 한 것도 아니고 (차라리 그랬었다면...)
오늘 E양이 아파서 어쩌다 보니 둘이 다니는 건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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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 기분?ㅋ 그 유명한 오스트리아 '빈'


아이 뻘줌해;ㅅ;
얼른 E양을 불러야겠다. 3명이면 좀 낫겠지;; (응?)
rib을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던데..

립 먹고 싶어여~♬ 립을 주세여~♬ 항가항가~♬
(에이... 설마 이랬을라고-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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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했던 말똥냄새-_-ㅗ


공중전화기에 동전을 넣고 메모해뒀던 민박집 번호를 눌렀다.

뚜루룽~ 뚜루룽~
(찰카닥)

여보세요? 저...
afhpqhqbvpasj. dqew8bvnxcgtqwlybhpqwsa?
??????????


헉.
누가 뭐라 말을 하긴 했는데 전혀 못알아 들었다. 잘못 걸었나;;; 번호는 맞는데.ㅠ
아무래도 영어가 아닌거 같다. S양도 전혀 알아 듣질 못했으니까. (영어는 S양만 믿고 가기로 했다.)
그사이 전화기는 돈을 꿀꺽.

뭐여.-_-;

몇번을 더 시도해 봤지만 전화기에선 계속 알 수 없는 말만 내뱉었고 주머니속의 동전은 줄어들어갔다. 그때 마침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 밖으로 나오신 아주머니가 옆에 앉아서 쉬신다.
ㅇㅋㅇㅋ. 저분한테 부탁해 봐야겠다.

(영어) 친구한테 연락해야되는데 전화기에서 뭐라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도와주실수 있나요?
(영어) ㅇㅋ!

뚜루룽~ 뚜루룽~
(찰카닥)

Um.. Hello?
afhpqhqbvpasj. dqew8bvnxcgtqwlybhpqwsa?
??????????


아주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_-
그러면서 우리에게 다가와 하는 말.

(영어) 나 사실 이태리 사람인데, 저 말 독일어 같아연. 난 독일어는 모르거등.
(영어) -_-; 넴;;

아무래도 전화기 너머에서 열심히 말을 하시던 그분(;;)은 자동응답기였나보다.
음;; 그럼 E양은 어딜 간거야..

할 수 없이 저녁도 일단은 둘이 먹기로 했다. 난 위치를 잘 몰라서 S양이 가는 대로 쫓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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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 RIBS of Vienna


비엔나하임에서 왔다고 하니까 알아서 세트메뉴를 만들어서 주문을 받더군.
추천받은 almdudler도 먹어보고.
또 먹고 싶은데 우리나라엔 안 파는 것 같다. 아. 혹시 코스트코에선 팔까..

Almdudler
전세계적으로 오직 오스트리아에서만 판매되는 음료수.
독특한 사과+오렌지 맛의 탄산수다. 위키피디아에서 보니 허브를 넣었다고 하는듯.
(link)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Almdu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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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almdudler


한국의 립보단 조금 크기는 작은 편이었는데 대신에 양이 상당히 많았다.
굉장히 맛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좀 특색있는 맛이었다. 이거 여기에서 밖에 못 먹겠구나.. 하는 느낌.

S양~ 나 이거 다 먹기는 좀 많은 거 같은데.. 싸가야.... 헉.
(다먹음) -.-??

무지 잘먹는 S양.ㅋㅋㅋ 배고팠나봐.ㅋ
나도 그냥 다 먹어버렸다. 좀 많긴 했는데;;-_=;;ㅎ

......

립을 맛있게 먹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주인 아저씨 혼자 계신다. 엇; E양은 어디 갔지?;

근데 여기다 전화했는데 이상한 말 들리던데 그거 뭐에요?
아.. 자동응답기.ㅎ 잠깐 밖에 나갔다 왔거든.
E양은요?
아까 밖에 나가던데?

그새 기운차려서 밖에 나갔나보다. 역시 E양은 그런 이미지. 몸은 좀 약한지만 씩씩한 소녀'ㅁ'

그런데...

다음 목적지가 도나우 타워였는데, 여기도 E양이랑 S양이랑 다같이 가기로 했던 곳이다. 근데 E양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 본의 아니게 또 S양이랑 단둘이 가게 생겼다;;
원래는 도나우 타워 근처가 밤에 여자 둘이 가기엔 좀 위험하대서 나도 구경도 할겸, 보디가드(뭘믿고;) 역할도 할겸 겸사겸사 가기로 했었던 건데...

또 데이트라니..!! *-_-*
그것도 해지고 막 어둑어둑 하고 사람 안다니고 으슥한 곳으로!!
하악!!

네.
S양 남자친구 있슴미다.
혼자 설렜슴미다.


어쨌든;;; 도나우 타워로 가기 위해 메트로를 탔다.
숙소에서 불과 2정거장. 가까워서 금새 도착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어두컴컴했다.
아니;;;;;;;;;;; 예상보다 훨씬 어둡다.-_-;;;;; 살짝 쫄았다;;;;;;;;;;;
가로등도 막 띄엄띄엄 켜져 있고.. 길도 잘 모르는데! ;ㅅ;
멀리 보이는 도나우 타워를 향해 그냥 공원을 가로 질러 가기로 했다.
여자 둘이 가기엔 정말 좀 위험해 보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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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우 타워에서 내려다 본 우리가 걸어왔던 길.


......

오.. 주여...
내가 여길 왜 왔을까..
여긴 순도 100% 연인들 데이트 장소였다.
간간이 끈적끈적한 키스하는 커플만 살짝살짝 보일뿐.
지나가는 사람이라곤 우리뿐이었다.
열심히(?) 키스중인 그 사람들을 지나치는 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_-;

타워에 올라가기전에 사진을 찍었다.
각자 한번씩 찍고 친한척; 같이 한번 더 찍고.

타워에 올라가기전 사진찍기
꽤 유명하다 싶은 높은 건물들은 대부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 전에 사진을 찍어준다. 찍는 건 공짜지만 인쇄된 것이 갖고 싶다면 돈을 주고 사야한다. 올라가기전에 사진을 찍고 위에서 놀다가 내려와서 사진 퀄리티(?)를 보고 살지/말지를 결정 하는 시스템. 보통 건물의 그림이랑 사람을 합성해준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랑 나이아가라 폭포의 CN타워에서도 사진찍는게 있었다. 물론 돈주고 사진 않았슴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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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맥주~ㅎ


150m상공(?)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 레스토랑에서 음료수 한잔씩 시켜놓고 빈의 야경을 봤다.
난 솔직히 2달전 홍콩의 야경을 봤기에 soso였는데
S양은 막 이쁘다며 감탄사 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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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좋드만. 이런덴 여자친구랑 왔었더라면 더 좋았을걸. 칫.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부쩍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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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우타워 엘리베이터, 그리고 S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더니 아까 찍었던 사진이 인쇄되어 있다.
'같이 찍은거 하나 사가지고선 한국가서 애들한테 여자친구라며 뻥이나 좀 쳐볼까ㅋㅋ'라고 생각하던 순간

아. 이거 하나 사야겠다.ㅎ
? (음?? 왜??;;)
너 싸이하지? 내가 요거 나중에 스캔해서 올릴테니까 너 그거 퍼가~ㅋ 한장만 사자.ㅋ
응;ㅎ (S양사면 나도 덩달아 사려고 했는데;; 젝;;)
(가만;;; 근데 싸이에 올린다고?? 공개?? 남자친구 있다며?? 그래도 돼?;;;;;)
(뭐지;;; -_-;;;)

......

돌아오는 길은 아까처럼 여전히 어두웠지만,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S양과 난 서로 아무말도 없었다.

......

별일 아니라는거.
나만 괜시리 설렜다는거 알지만.
오늘 이순간 만큼은 그냥 즐거웠다.ㅎㅎ
(S양은 그때 무슨 생각 했을까...? 서울에 두고온 남친?ㅎㅎ)

......

민박집에 돌아오니 E양이 있었다. 어딜 갔었냐고 물어보니 그냥 주위에 좀 돌아다녔단다. 그 먹고 싶어했던 rib도 못먹고 야경도 못먹고. E양안습.ㅠ

근데 오늘일은 살짝 고마웠어(?).ㅋ E양쌩유.ㅋ
이래저래 즐거운 하루였다. :)

뒷이야기.
이런 이야기의 끝이 늘 그렇듯. 사진은 못받았어요. S양이랑 연락할 방법이 없더군요. 아는 거라곤 다니는 학교와 이름뿐. (성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