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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갔다왔삼/07 유럽

빈대(베드버그, bedbug) 치료기

0. 시작하며...
 
BEDBUG.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빈대'라고 나오네요.
첨엔 콩글리시인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사전에 등록된 단어더군요;;
 
아무튼, 요샌 다들 빈대에 대해서 생소하실 거에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요새는 빈대나 벼룩 같은 거 거의 없어졌잖아요. 그냥 그렇게 있나보다하는 정도지 어떻게 생겼는지 물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는게 사실이죠.
뭐 우리나라에서만 살면 빈대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겠습니다만은.. 유럽여행을 가게 되면 그게 또 아니잖아요. 그래서 요렇게 쓰게 됐습니다.ㅎ 유럽여행 계획하시는 분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하네요.
 
근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저 속담의 초가삼간 불싸지르고 싶은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_-ㅋ
빈대 이!#$%!끼!!
아아앍.ㅠ
 
 
1.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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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팔입니다. 병원에서 진찰 기다리면서 찍어둔 사진이에요.

일단 물리게 되면 꼭 모기물린것 처럼 막 가려워요. 근데 모기랑은 다르게 그 붉으스름한 범위가 작아요. 오돌토돌하다는 느낌이랄까... 첨에는 한 두군데 정도 생기다가 요게 익스포넨셜하게 번집니다.-_- 순식간이에요.-_-
 
 
수학 울렁증 있으신 분들을 위해 그래프 첨부.ㅋㅋㅋ
 
몇 군데 안 물렸을 땐 긴가민가 했어요. 모기에 물린건지... 아니면 음식이 안맞아서 생긴 알러진지... 아니면 AIDS?;;
그렇게 긴가민가하면서 하루하루가 흐를 수록 그 붉은 반점이 점점 번져 갑니다. 첨에는 팔에만 있던게 다리에서 발까지...-_-
제가 민박집에서 잘땐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자는데, 딱 그 가려진 부위를 빼고는 거의 다 물렸어요. 나중엔 그 숫자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2. 어쩌지? 어쩌지?ㅠㅠㅠ
 
모기에 물렸을때 처럼 그냥 며칠지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이거 안되겠다;;싶을 정도로 번져나가더군요;; 한국에서 그 t..모시기 약도 안 사간지라 일단 민박집에서 버물리-_-를 빌려다가 좀 발랐는데 효과 없었어요. 생각해보면 효과가 없었다기 보다는 그 벌레가 서식하는 source가 제거가 안되서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파리 모 민박집.-_- 벌레 물렸다고 말하는데도 '어머? 이게 뭐에요?' 진짜 처음 보신건지... 아님 모르는 척 하시는 건지... 시트도 안갈아 주시고-_- 약 같은거 없냐고 하니까 주시는건 버물리-_- 밥도 잘주시고 여행정보도 많이 알려주시고 편하게 있게 해주시고 다 좋았지만 벌레때문에 완전 기분 잡쳤던 곳이에요. 아직 리뷰쓸 레벨이 안되는지라 일단 이정도로 하고 패스-_-)
 
아무튼 그렇게 병원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기까지 전 5일이 걸렸어요.-_- 나름 최대한 긁지도 않고, 햇빛에 소독도 해보고 그랬는데도 그다지 효과가 없더라구요.
 
팔 같은 곳은 그래도 안 긁을 수도 있고 반팔 옷을 입고다녀서 햇빛에 노출이 되니까 반점같은게 작은 편이었지만, 다리는 청바지를 입고 다닌지라 햇빛도 안들고; 긁지 않으려 해도 걸어다니다 보면 자동으로 긁게 되서 막 가려워져요.-_-
 
문제는 .
빈대가 여기까지 번지게 되면 답이 안나옵니다.ㅠ (캐리어 가도 소용없어요.ㅠ)
어둡고-_- 습하고-_- 바지보다도 더 긁게 되고-_-
붉은 반점이 미친듯이 번집니다.-_-
게다가 걸어다니면서 긁고싶지 않아도 자동으로 막 긁게 되서 꼭 모기물렸을때 긁으면 붉은반점 커지는 것 처럼 팔의 조그맣던 반점이 손톱만큼 커지더군요. 그게 발 전체에 빈틈이 거의 없을정도로 다닥다닥.ㅠ (과장 아님-_-)
 
파리에서 처음 물리고 취리히를 거쳐 루체른까지 근 5일동안 어버버버하다가 발이 하도 간지러워서 발걸음을 멈추고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발을 본 순간 기절할뻔 했어요.ㅠ 그제서야 더 이상 버티는건 미련한 짓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겁은 좀 났지만 병원으로 발을 옮겼답니다.
 
 
3. 병원가자...;;
 
저는 루체른 역에 있던 medical center에 갔어요. 기차에서 내려 지나가면서 보긴 했지만 규모가 작아서 첫인상은 그리 신뢰가 안갔었어요. 그래서 info에 가서 팔뚝 보여주면서 병원 어디있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역안에 있는 곳 가라고 하더군요.ㅋ 그래서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갔답니다.ㅎ
 
솔직히 좀 겁났어요.
아는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고 말도 잘 안 통하는 이 동네에서 이게 웬 고생인지... 정말...ㅠ
병원 갔던 날 여행 일정도 거의 취소했구요. 에효...
 
간호사 눈하한테 가서 짧은 영어지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서류 작성하고, 여행자냐고 묻길래 맞다고 그러고 지금 의사선생님 진찰 받길 원하냐길래 '넵!'
휴.ㅠ 의자에 앉아서 진료 차례를 기다리는데 참 서럽더라구요. 이게 뭔가여.ㅠㅠ
(물론 그 순간에도 정수기를 발견하고선 가방에 있던 빈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웠답니다.-_-;; 배낭여행근성-_-;;)
 
잠시 후 차례가 되고 진찰실에서 혈압을 간단히 재고 좀 기다리니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시더군요. 팔뚝이랑 발에 물린 자국들을 보여드리면서 여차저차 설명을 했죠.-_-;; 영어엔 자신이 없었지만 상황이 급하니까 막 나오더라구요;; 저도 좀 놀랬음.ㅋ
'베드버그에 물렸어요. 파리에서 처음 물렸구요. 5일쯤 됐어요. 막 팔에도 물렸고 발에도 물렸어요.ㅠ'
그런데... 가렵다는 걸 설명을 해야하는데 그런 단어를 몰라요.-_-; 그래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하는데 의사선생님이 '가렵니?' (사실 못 알아들었지만ㅋ)'그러시면서 팔을 긁는 시늉을 하시더군요.ㅎㅎ 그렇다고 그랬죠.ㅋ
 
그리고선 약을 두개 가져오셨어요. 하나는 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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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이에요. (나름 스위스제'ㅅ')
 
하루에 한 알씩 먹으라고 하셨어요. 언제 먹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때나 상관 없대요. 종이상자에 적힌 'antiallergikum'을 보니깐 아마 가려운 걸 좀 완화 시켜는 약인거 같아요.
 
약을 하나 더주셨는데 이건 바르는 약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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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는 약이에요. (얘도 마데인스위스ㅋㅋ)
 
이건 좀 사용법이 까다로웠어요.-_- 자기전에 머리를 제외한 온몸에 다 바르래요. 그리고선 자고 일어나서 샤워를 하면서 깨끗이 씻어내되, 비누는 쓰지 말래요(without soap). 그걸 3일동안 하라고 하더라구요.ㅠ 이게 좀 힘들어요. 유스호스텔은 그나마 샤워실 사용에 불편함이 없는데 민박집은 샤워실이 충분치 않아서 그게 힘들잖아요. 할 수 없이 며칠간은 막 새벽5시반에 일어나고 그랬어요. 고생 했어요.ㅠ
 
약을 받아들고선 진찰실 밖으로 나와선 병원비 계산을 하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안나왔어요; chf 61.35니까 약 5만원? 또 출발하기전에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고 가서 나중에 환급 받을 수 있었구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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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진단서에요.ㅎ

4. 어떻게 대처할까요

(먼저 이 의견은 제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1) 병원에 가기 전(물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약효가 금방 들어서 가렵다는 생각은 잘 안났어요.)에는 아무리 가려워도 최대한 긁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틈틈이 햇볕에 소독(?)도 했구요. 보통 빨래같은거 하고 나면 햇볕에 말리잖아요. 또 여행하는 내내 날씨도 좋아서 여건도 좋았구요. 루체른 호숫가에 앉아서 신발이랑 양말다 벗고 바지도 살짝 걷은 채로 한 시간 정도 앉아있기도 했구요.
 
2) 옷은 다 버리라고 하시던데요. 저는 안 버렸어요. 유일하게 버린게 하나 있다면 처음에 발에도 벼룩에 물린걸 봤을때 그날 신은 양말 하나가 전부에요.
 
처음 빈대에 물린걸 알았을때 옷을 싹 갈아입고, 입었던 겉옷은 비닐봉지랑 지퍼백에 꼭 싸서 가방 한구석에 넣어놓고선 여행 끝날때까지 안 꺼냈어요. 더이상 번지지 않도록 하려구요. 그리고 속옷도 따로 보관할까 했는데요. 제가 잘때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잤는데 그 안쪽 부분엔 빈대에 안 물린건 봐선 속옷은 안전하다고 생각됐기에 평상시처럼 보관했어요. 별 문제 없었구요.
 
하지만 겉옷은 그렇게 새옷으로 갈아입었는데도 계속 번지더라구요. 그건 아마 새옷을 갈아 입은 시점이 잘못된것 같아요. 그 처음 물렸던 민박집의 의심되는 침대에서 하룻밤 더 자야했었거든요.-_-; 그 집 나와서 갈아입을걸;;;
 
그래서 온몸에 약을 바르면서는 일부러 입던 옷을 계속 입었어요. 속옷만 갈아 입구요. 온몸에 바르는 emulsion약이 아마 빈대를 잡는 약일텐데 그 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해서 더이상 빈대가 번지지 않는다면 내 몸도 safety, 내 옷도 safety하다는 거니까요.
이른바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변인통제. -_-;ㅋㅋㅋㅋㅋ
(약만 먹고 바르고, 나머지 조건은 다 일정하게 유지.ㅋㅋㅋㅋ)
심지어 하루는 아예 겉옷을 그대로 입고 잔적도 있고... (일부러 그랬어요. 옷에 있을지 모르는 빈대 죽으라고;)
 
3) 그렇게 한 결과...
약바른 첫날은 잘 모르겠었는데, 이틀째엔 반점이 아물어가는게 눈에 띄게 보였어요. 새로 물리는 자국도 안보였구요.
3~4일째에는 이젠 더이상 번지지 않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정도로 거의 낫더라구요. 흉터(?)는 아직 남아있지만 가렵지도 않고 더 이상 번지지도 않는 그런 상태죠.
 
결국 5일째 되는 날 완전히 나았다고 결론 내리곤 비로소 비누샤워(엉엉.ㅠㅠ)를 하고 겉옷도 새옷으로 갈아입었답니다. 물론 그 이후론 정상 생활(?)할 수 있었어요. 맘껏 샤워하고 맘껏 옷 갈아입고.ㅠ 남은 여행기간(약 10일)동안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답니다.
 
 
5. 요약
 
1) (이왕이면) 사람들 많이 가는 곳가기
 
첫째는 예방입니다만... 빈대 요놈은 여행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그런 벌레가 아니잖아요. 민박집이나 유스호스텔에서 시트를 자주 갈고 소독도 하고 그래줘야 하는거니까요. 그래서 이왕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숙소로 잡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이 붐비는 정도와 청결도가 정확히 비례관계에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정도는 맞아 떨어지니까요. 제가 빈대에 물렸던 민박집도 비수기고 사람도 거의 없으니까 청소에는 좀 소홀히 하시더군요. (시트도 거의 안 가시는 것 같았어요.) 뭐 한국에서 벌레퇴치약(?) 같은 거 사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저는 안사가서 잘 모릅니다.)
 
2) (이왕이면) 외진 침대 고르기
 
청소를 열심히 하는 숙소라면 아무 침대나 골라도 괜찮겠지만, 좀 청소에 소홀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숙소(대부분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 묵게 될 수도 있겠죠? 그때 침대를 선택하시게 되는데요. 이왕이면 사람들이 잘 안고를 것 같은 위치가 좀 불편한 침대를 고르는 건 어떨까요?
 
참고로 제가 빈대에 물릴당시에 같은 숙소의 같은 도미토리에 묵던 다른 분은 빈대에 안물렸었거든요. 그분이랑 저랑 차이가 있었다면 저는 싱글침대를 사용했고, 그분은 2층침대의 1층을 사용했다는 것이 다에요. 싱글침대 같은 경우는 맘껏 앉아서 쉬기도 편하고 짐 놓기도 좋고 하니까 선호대상이 되고 그만큼 누군가가 빈대를 옮겨왔을 확률도 높은 거죠. 청소 잘 해주시고 시트 잘 갈아주시면 괜찮은건데.ㅠㅠ
 
3) 물렸다 싶으면 바로 병원으로 ㄱㄱㄱ
 
저는 어버버버하다가 5일만에 병원에 가서 낫는데 고생을 좀 했어요. 진작에 갔더라면 물린 곳이 많지 않아서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건데 말이죠. 이건 제가 물렸던 사진을 올린 이유이기도 해요. 맨 위 사진과 같은 붉은 반점이 보이면 주저마시고 바로 병원으로 가세요. 지체할 수록 치료기간은 그만큼 길어집니다.ㅠ
 
4) NOT SERIOUS
 
병원에서 진찰받고 나서 의사아저씨께서 해주신 말씀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엔 없는 벌레라 많이 당혹스럽고 겁이 나는게 사실이지만요. 약먹고 바르고 하면 또 금방 낫는게 빈대 물린 거래요. 그러니까 너무 겁먹진 마시구요. 소매치기 조심하는 것도 너무 신경쓰면서 조심하면 여행이 재미가 없잖아요. 이것도 마찬가진거 같아요. 어느정도 적당히 경계만 하다가 혹시 물렸다 싶으면 바로 병원으로 가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베드버그. 베드버그. 말은 참 많은데 딱히 정리된 글은 없길래 한번 적어봤습니다.ㅎ
유럽여행가시는 분들 도움 됐으면 합니다.ㅋ


아.. 근데 유럽 또 가고 싶다.ㅠ